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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퀘스트 8 3DS - 개선, 유지와 약간의 퇴보

PKMsndk 2024. 8. 25. 09:51

출처: https://www.nintendo.co.jp/titles/50010000035055

PS2 황혼기의 명작 JRPG

 드래곤 퀘스트! 별로 좋아하는 호칭은 아니지만 소위 말하는 일본 3대 RPG에서 파이널 판타지와 함께 두 자리를 지정석으로 점령하고 있는 시리즈. 게임에 관심이 있다면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법 하고, 일본 드라마나 예능을 본다면 게임에 관심이 없어도 알 만 하다. 꾸준한 리메이크와 이식으로 접근성도 좋고, 스마트폰과 콘솔 붐을 타고 7, 9를 제외한 전 작품이 한글화되기도 한 시리즈지만 제대로 해 본 것은 4 뿐이었다. 그러다 11S를 너무 재밌게 한 뒤로, 타 작품을 고르다가 11S와 비슷하게 3D인 8을 집어들어 플레이하게 됐다.

스마트폰과는 다르다! 스마트폰과는!

 사실 전에 iOS 이식 버전을 큰돈 주고 구매해 플레이한 적이 있다. 그래픽은 훌륭하나 15~20 FPS와 다소 어색한 조작감 문제가 겹쳐 제시카가 파티에 합류한 시점에서 그만둔 기억이 있는데, 3DS 버전은 차원이 다르다. 높아진 FPS와 부드러운 조작감이 반겨주며, 터치 스크린을 활용한 지도 체크와 개선된 편의성 덕분에 스마트폰과는 궤를 달리하는 재미를 자랑한다. 전체적인 밸런스가 개선돼 난이도가 쉬워졌으며,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미티아 공주가 아닌 제시카와 결혼하는 엔딩도 추가됐다. 연금 아이템 추가, 새로운 동료 추가 등 기존 버전을 이미 했어도 다시 플레이할 가치가 있는 리메이크.

시대를 앞서나간 오픈월드

 풀 3D 월드를 돌아다니다 보면, 저기 지평선 너머로 마을이 보이기도 하고, 골렘이나 오우거 등 몬스터가 이쪽을 향해 다가오기도 한다. 표지판을 읽으며 다음 목적지를 찾아가고, 지도에 없는 섬에서 보물을 찾고, 숨겨진 보물상자를 찾아내는 재미는 리메이크 덕분에 생긴 것이 아니다. 길이 막혀 있는 마을이나 장소를 보고 나중에 갈 수 있을까? 하면 실제로 나중에 갈 수 있다. 엘프부터 색이 없는 세계 등 여러 모험을 맞닥뜨리는 과정도 재밌고, 일곱 현자와 암흑신이라는 설정도 탄탄한 편. 무엇보다 월드의 완성도가 20년 전 게임임을 감안해도 매우 높다. 후반부에 새로 변신하는 능력을 얻은 후의 재미는 상상 그 이상. 

뻔한 이야기와 심오한 디테일

 스토리는 전형적인 드퀘식 스토리. 빌런이 있어 잡고 보니 더 큰 빌런이 있어 그 빌런을 잡아 세계를 구하는, 전형적인 스토리다. 그 과정에서 오만가지 신비한 곳을 탐험하고 동료를 모으고 하는 과정은 익숙하지만 재밌다. 당연히 곳곳의 보물상자와 남의 집 항아리를 개박살내고 다니는 요소도 필수. 정석적인 JRPG 그 자체다. 그러나 이야기의 세부적인 부분은 꽤나 공을 들여 묘사해 놨는데, 특히 부패한 종교인에 대한 묘사가 심도 깊다. 니노 대주교가 교황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죄인의 입장이 되어 고통을 겪으며 변하는 모습까지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오는 부분이 많다. 물론 전통의 카지노와 포켓몬스터도 여전하지만... 공주의 방 장롱에서 가터벨트가 나온다던지, 남자들만 있는 집 항아리에서 여성용 옷이 나온다던지 하는 요소도 여전. 하여간 무거움과 가벼움을 오락가락하는 시리즈다.

훌륭한 리메이크, 그러나 피할 수 없는 닌텐도의 눈

 밸런스의 개선만으로도 게임의 수월함이 대폭 증가했다. 마을에서만 저장이 가능하단 점은 불편하지만, 그 외의 면에선 고속 전투부터 시작해 흠 잡을 곳 없이 재밌다. 유일한 문제는 검열. 제시카의 복장들이 대부분 검열돼 덜 선정적이게 바뀌었다.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 3DS 리메이크와 스마트폰 이식이 비슷한 시기에 진행돼서 스마트폰 버전을 해 본 사람들은 좀 아쉽게 됐다. 하여간 명작.